조금 늦었지만 2023년 회고를 올려봅니다
작년 계획
책 읽기
To acquire the habit of reading is to construct for yourself a refuge from almost all the miseries of life.
독서하는 습관은 인생의 거의 모든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위한 은신처를 만드는 것이다.
- 윌리엄 서머싯 몸
내 나이만큼 책읽기라는 계획이 있었지만 실패했다. 목표했던 26권보다 적은 12권의 책을 읽었다.
힘든 직장 생활, 외로운 삶 속에서 나의 정신을 온전히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직장에서의 적응을 핑계로 책을 잠시 손에서 놓았던 적이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시각은 편협해졌고 삶은 의미를 잃어갔다. "생각하는대로 살자"를 인생의 모토로 삼은 내가 어느 순간부터 사는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고 자기 전에 한 페이지라도 읽기 시작했다. 추천을 받아 부캠 커뮤니티인 '부각코-1day-1page-miracle'에도 참여했었다. 이제는 인증을 거의 안 올리고 있지만.. 매일매일 책을 읽고 인증을 하는 모임이다.
과도기를 거쳐 다행히 책 읽는 습관이 다시 정착되었다. 긴 시간을 책에 쏟진 못하지만 적어도 매일 30분 정도의 시간을 내서 책을 읽고 있다. 우연찮게도 회사에 책을 좋아하는 분과 함께 책 얘기를 나누고 서로 추천해주고 있는데 나의 책읽기 습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블로그
블로그 1일 평균 방문자 500명 달성이 목표였고, 얼떨결에 성공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후로 블로그 글을 자주 작성하진 않았지만 스킨을 재적용하면서 블로그의 퍼포먼스가 올라갔다. 그 영향인지는 몰라도 갑자기 방문자수가 급증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평일 평균 500~600명의 방문자가 블로그에 방문하고 있다.
취업
올해 초, 취업에 성공해 3월에 입사했고 잘 다니고 있다.
다른 회사에도 합격했지만 지금의 회사에 다니고 있는 이유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다른 회사의 면접을 볼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한계가 정해져있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의 회사는 내가 원하는만큼 찾아서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느껴졌다. 실제로 회사 운영진 분들은 열려있는 분들이고, 나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해주셨다. 내가 능력만 된다면 기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이었다. 회사에 대한 얘기는 아래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1일 1커밋
올해는 성공했다. 때때로 야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바로 쉬지 못하고 무엇이라도 커밋을 해야 한다는 점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주변 사람들 중 1일 1커밋을 하던 사람들도 취업하고 나서는 커밋이 뜸해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도 포기하고 싶다는 유혹에 시달렸다. 그래도 2023년만큼은 꼭 해내고 싶었고 결국 해냈다.
꾸준히 커밋을 한 덕에 하루도 빠짐 없이 공부할 수 있었고 내 개발 실력도 그만큼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회사
회사 일이 나의 일인 것처럼 했다. 찾아서 일을 벌렸다. 덕분에 인생이 많이 고달파졌지만 내가 해보고 싶은 것들을 다 해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개발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와 기획,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고민이 깊어졌다.
아래는 내가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개발 문화를 변화시키고 나의 성장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것을 정리한 글이다. 회사의 성장이 나의 성장이라 생각하고 여러 시도를 해본 내용이 담겨있다.
가장 힘들었던 것?
1년 동안 회사에서 가장 힘든 일이라면 지금 하고 있는 신규 프로젝트(커머스)이다. 1년차도 안된 풋내기 책임자로 해당 프로젝트를 리드하게 되었다. 오래된 레거시 프로젝트(ASP + javascript + 스토어드 프로시저)를 Spring, JPA, QueryDsl, Nuxt 환경으로 마이그레이션하는 작업이다. 300개의 테이블과 699개의 프로시저가 존재했는데 사용하지 않는 것이 많아 테이블을 가려내는 작업만 해도 며칠이 걸렸다.
테이블은 하나 같이 불합리했다. 예를 들어, primary key를 지칭하는 값이 id, idx, 테이블명_idx, idx_number, 테이블명_number와 같이 제각각이라 BaseEntity를 사용할 수 없었다. 결국, 테이블도 아예 다 뜯어고쳐 마이그레이션 했다. 이상한 관계로 엮어 있는 테이블들의 관계를 다시 정립하고, 불필요한 컬럼을 덜어냈다. 그리고 테이블을 정규화를 진행했다.
마감기한이 상당히 짧아 스트레스 또한 많이 받았다.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야근과 주말 출근을 밥먹듯 했다.
로직에 대한 고민, 데드라인 압박, 나의 부족함으로 인한 자괴감 때문에 밤에 잠이 안 올 지경이었다. 회사에서 신입한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 아닌가하는 원망이 아예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솔직히 이 일은 나에게 버거운 것이었다.
그러나 야근 수당도 주어지지 않는 고생길을 내가 자처한 이유는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1년차 신입이 도대체 어떤 회사에서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설계(테이블 구조, 백엔드 및 인프라 구조)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을까? 프로젝트를 토대부터 구축하는 일은 나에게 좋은 기회였다. 프로젝트를 위해 필요한 기술을 선택해보는 경험과 더 나은 구조를 위해 팀원과 토론했던 과정은 커리어 내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형이지만 점점 끝이 보이고 있다. 얼른 마이그레이션을 마무리하고 다음 단계의 고민으로 넘어가고 싶다.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몰두하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고 싶다.
업무 일지
회사에서 업무를 할 때, 업무 일지를 작성한다.
이슈가 있으면 업무 정리에 따로 시도해본 방법과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두는데 이 습관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업무 일지를 바탕으로 블로그 글 소재도 쏙쏙 뽑아낼 수 있고, 일할 때 참고자료도 된다.
학습
강의 및 공부
인프런 강의를 총 10편 완강했다. 스프링 MVC, 스프링 JPA 기본편 및 활용 2개편, 스프링 데이터 JPA, QueryDSL, 스프링 부트 핵심 원리, 스프링 고급편, 스프링 JDBC 2개편 등 영한님 강의를 들었다.
회사를 입사할 때, 스프링을 찍먹한 실력으로는 부족함을 많이 느껴 영한님의 스프링 강의로 실력을 채워나갔다. 현재는 인프런의 스프링 배치 강의와 글또에서 제공해준 유데미의 자바 멀티 스레드 강의를 듣고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
부스트캠프 동기들과 함께 원바이트라는 팀을 만들어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직장인 8명으로 구성된 팀이었다. 회사에서 적용해볼 기술을 충분히 연습할 수 있어 회사 일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 마감기한이 촉박한 프로젝트에서 RestDocs + Swagger UI 적용이나 Spring Security 작업이 필요했는데, 사이드 프로젝트의 경험을 살려 해당 작업을 빠르게 끝낼 수 있었다.
또, 다른 회사의 현업 개발자들과 교류하면서 개발 트렌드에 대해 알아가고 다양한 고민을 나눠보면서 개발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스터디
10월부터 프론트엔드 스터디인 차가운 스터디를 시작했다. 백엔드 개발자지만 회사에서 프론트엔드를 직접 개발해야할 일이 꽤 있었기에 스터디에 참여해 FE 개발자 분들의 인사이트를 쏙쏙 빼오고 싶었다. 그런데 아는 게 있는만큼 보인다고 스터디원들이 하는 얘기를 대체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도 개발을 한다는 본질은 같았기 때문에 배운 점이 많았다.
공부한 내용은 함수형 패러다임이었다. 객체 지향도 잘 모르는 내가 함수형을 공부한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지만 프론트엔드, 백엔드 불문하고 회사 코드에 적용해볼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 결국 패러다임은 좋은 코드를 만들기 위한 사상일 뿐이고, 객체 지향이니 함수형이니 해도 좋은 퀄리티의 코드를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장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부 활동
글또
2023년 12월부터 글또 활동을 시작했다. 회사에서 사용한 기술에 대해서 깊게 공부해보고 정리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블로그에 소홀했었는데 글또 덕분에 글에 대한 열정에 다시 불이 지펴졌다.
일단 현재(4회차)까지는 패스 없이 블로그 글을 제출했다.
3회차에는 큐레이션에도 뽑혔다!
개발자 컨퍼런스 참여
2023년 총 3번의 컨퍼런스(네이버 Deview, 스프링 캠프, 인프콘)에 참여했다. Deview와 스프링 캠프는 티켓팅에 성공했고, 인프콘은 인프런에 다니는 지인에게 초대권을 받아 다녀왔다. 컨퍼런스에서 내가 모르는 내용이 너무 많아 당황스러웠다. 내용을 정말 집중해서 듣지 않는 이상 알아듣기 어려웠다.
그런데 시간의 텀을 가지고 컨퍼런스에 다녀오면서 느낀 게 있는데 내가 점점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Deview의 내용은 정말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는데, Spring Camp에서는 조금 덜해졌다. 8월에 열린 인프콘에서는 기술적인 얘기를 들으면 대체로 이해할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
2024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컨퍼런스에 참여해 회사에 적용해볼 수 있는 내용을 터득해가고 싶다.
아래는 컨퍼런스 후기이다. 아쉽게도 인프콘 후기는 없다.
삶
생활
3월에 회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본가로부터 독립했다.
나는 물리적, 경제적인 독립을 해야 어른답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취업준비를 할 때, 오랜만에 본가에 얹혀 살았다. 부모의 품 안에 있다는 편안함과 안정감 때문인지 날이 갈수록 나약해진다는 느낌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재빨리 집을 뛰쳐나오고 싶었다. 취업이 됐을 때 부모님은 보증금이 모일 때까지 출퇴근하길 원하셨지만 나는 고민 없이 대출을 받아 자취방을 구했다. 의존하지 않는 삶은 나를 강하게 만들었고, 그 덕에 개인시간에 무엇을 할 지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또, 집이 회사와 가까운 덕에 직장생활이 수월했고 개인시간이 많아졌다.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었기에 아침과 저녁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었고, 그 시간을 운동과 공부에 투자했다. 이 시간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 빛을 보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건강과 운동
매일 앉아서 생활하다보니 자세도 안 좋아지고, 몸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6월부터 헬스를 시작했다. 처음 시작할 땐 점심시간에 30분 동안 잠깐 하는 정도였는데 욕심이 생겨서 아침과 점심에 나눠 1시간 30분씩 매일 운동을 하고 있다. 운동을 하니 데드라인에 치여 줄야근을 하더라도 버틸만 하다.
고민
너무 정신없이 바쁘다. 회사와 집이 반복되는 삶은 쉽지 않았다.
취업을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회사에 들어가기만 하면 소원이 없겠다, 매일 격무에 시달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주중에 회사 일을 하고 돌아와서 부족한 공부를 하고, 주말에도 회사에 나가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고 블로그를 쓰고 있으면 문득 머리 속에 물음표가 그려진다. 이런 삶이 지속 가능할까? 이렇게 사는 게 내가 원하는 삶이었는지 말이다.
개발을 늦게 시작한만큼 공백을 메꾸기 위해 남들보다 시간을 더 사용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뭔가에 쫓기듯 사는 삶이 나를 지치게 만든다. 여유가 사라지니 사람이 상당히 쪼잔해지고 시야가 좁아졌다. 내가 힘들더라도 다른 사람을 먼저 살펴볼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나 하나 보살피는 것조차 버겁다.
내 목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다보면 길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진정 원하는 목표가 맞을까? 목표를 이루면 내가 정말 행복해질까? 나는 그냥 행복하게 살고 싶었을 뿐인데, 주객이 전도된 상태일지도 모르겠다.
2024년 계획
나이만큼 책읽기
"나이만큼 책읽기"에 재도전하려고 한다. 총 27권이다.
시작이 좋다. 1월 한달만 해도 벌써 3권의 책을 읽었다.
지금 페이스대로면 1년에 36권으로 초과 달성 가능할 수도..?
1일 1커밋
2024년에도 1일 1커밋에 도전해보려 한다.
작년 한 해 동안 1일 1커밋을 명분으로 꾸준히 공부할 수 있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마감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야근을 거의 매일 같이 하고 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친 상태라 다른 친구들처럼 1일 1커밋에 연연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을 때만 코딩을 하는 방식으로의 변경을 고민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했을 때, 공부의 끈을 놓게 될 수 있을 것 같아 일단 1일 1커밋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블로그
블로그 하루 방문자 1,000명에 도전할 것이다.
글또 9기에 지원할 때도 작성했던 목표였다.
좋은 글을 많이 생산해 다른 개발자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
겸손해지기
요즘 드는 생각. 열심히 사는 척을 너무 한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정말 재수가 없다.
입으로 하지 말고 행동으로만 하자.